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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뇨 냄새나는 무대, 삶과 죽음을 묻다 연극 '신의 아들을 바라보는 얼굴의…' 남자의 아버지가 오늘도 똥을 쌌다. 흰 가운에 커다란 기저귀를 찬 아버지에게서는 지독한 냄새가 난다. 정장을 차려입고 출근하려던 아들은 기저귀를 벗기고 아버지의 몸을 닦는다. 엉덩이며 다리며 정성스러운 손길이 구석구석 미친다. 무대 뒷면, 거대한 예수의 초상화는 이 장면을 내내 지켜본다. 가만히 있던 아버지가 흐느끼기 시작한다. 달래던 아들은 멈칫한다. 또 쌌다. '아버지(Papa)!' 아들의 부르짖음은 절규에 가깝다. 아버지의 흐느낌은 오래 이어진다. 아버지의 몸을 닦고 또 닦던 아들은 예수의 초상화에 기댄다. 삶은 얼마만큼 견뎌야 끝에 다다르는 것일까를 묻는 '신의 아들을 바라보는 얼굴의 컨셉에 대하여'. /페스티벌봄 제공 아버지의 몸을 닦고 또 닦던 아들은 예수의 초상화에 기댄다. 삶은 얼마만큼 견뎌야 끝에 다다르는 것일까를 묻는 '신의 아들을 바라보는 얼굴의 컨셉에 대하여'. /페스티벌봄 제공이탈리아 실험극의 대가이며 유럽 연극계 스타 연출가인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신(神)의 아들을 바라보는 얼굴의 컨셉에 대하여(On the Concept of the Face, Regarding the son of God)'는 예기된 징벌처럼 닥치는 노년의 수치와 모멸을 두 눈 부릅뜨고 응시하는 고통의 세레나데다. 60분 동안, 관객은 피할 수 없는 현실과 맞닥뜨린다. 일단 공연장에서 참기 어려운 배설물 냄새가 진동한다(유럽에서는 공연 중 자리를 뜬 관객도 있었다고 한다). 분뇨와 비슷한 색깔의 물질이 여기저기 뿌려지다 끝내 예수의 얼굴을 덮어버린다. 영화 '아무르'(감독 미하엘 하네케)가 노년의 부부를 보여주며 관객이 서 있는 인생의 지점을 돌아보게 했다면, '신의 아들…'은 똥을 싸고 닦는 부자(父子)의 흐느낌을 통해 인생의 끝을 바라보게 한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 중인 관객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수작. 국내외 현대 예술 작가의 문제작을 소개해온 '페스티벌 봄'(22일~내달 18일) 선정작 중 하나다. 23~24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문의 (02)730-9616. 출처: http://art.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3/20/2013032000291.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