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데일리] “책 속에는 과거 전체의 ‘영혼’이 담겨 있다.” 토머스 칼라일의 말이다. 이 글은 <번역가의 서재>(한길사. 2009)의 첫 페이지에 있다. 번역가 김석희가 쓴 이 책은 책에 대한 헌사로부터 시작한다. 두 말 할 것 없이 책은 인류의 기억이다.
저자는 외국 서적을 우리말로 전해주는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해왔다. 1979년 군 제대후 용돈이나 벌어볼 속셈으로 시작한 일이 업이 되어 20년 간 200권의 작품을 번역했다. 저자는 등단을 한 소설가다. 한때는 열병을 앓는 문학 청년이었으나 지금은 최고의 번역가로 타이틀이 바뀌었다. 이와 관련 그는 번역은 조강지처로, 소설은 애인으로 비유했다.
“소설가라는 신분이 더 없이 소중했고, 생활의 방편이자 애써 익힌 외국어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번역 또한 소중했습니다.”
그는 소설가에서 번역가로 무게 중심이 이동한 계기를 밝히고 있는데 바로 <로마인 이야기>와 <프랑스 중위의 여자> 번역이었다. 그는 그만한 작품을 써낼 수 없다면 아예 글쓰기를 작파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
<번역가의 서재>는 저자가 번역한 책 뒤에 실린 번역 후기를 소개한 책이다. 총 99권이 실려 있다. 아마 독자들로선 <화산도>부터 <여름밤의 열 시 반>까지 낯익은 책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아하, 이 책도 이 분이 번역했구나.‘라며 반가워할 그런 책이다. 또한 <털 없는 원숭이>와 쥘 베른의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도 저자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당연히 번역에 대한 소회와 함께 해당 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테면 99권의 책 면면을 불러오는 초대장이나 다름없다. 아래는 <새벽으로의 긴 여행>에 대한 후기 중 일부분이다.
“작가의 섬세하고 서정적인 묘사이다. 이 묘사는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인물들은 물론이고,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이며 방 하나하나에도 독특한 개성을 부여받고 있다. 특히 배경에 대한 묘사는 가슴을 저리게 만들고, 그렇게 생명력을 부여받은 무대가 있기 때문에 인물들도 극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162쪽
이 정도면 해당 책을 읽고 싶은 충동이 일지 않겠는가. 이처럼 책에는 번역한 작품에 대한 나름, 독후감과 비평까지 들어있어 해설서로도 손색없다. 저자처럼 후기를 정성들여 쓴 번역가는 흔치 않다. 후기를 통해 못다 핀 글쓰기의 꿈, 몇 조각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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