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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한 때 영문 해석을 직역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그러리라고 생각하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영어 수업 시간 중 곧잘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교과서의 한 부분을 가리키시면서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하시곤 했다. “교과서 20페이지 다섯 번째 줄 문장 해석해 보세요.” 그런 탓인지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번역”이라는 말을 들을 때면 “해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던 것이 기억난다. 그렇다면, “해석”과 “번역”이라는 두 단어는 뜻이 정말 같은 것일까? 국어사전(금성출판사)에 있는 정의를 한 번 살펴보자. 해석(解釋): 어구나 사물 등의 의미·내용을 이해하고 설명·해명하는 일, 또는 그 설명. 번역(飜譯): 어떤 언어로 된 글을 다른 언어의 글로 옮기는 것. 이들 정의로부터 “영문 해석”의 뜻을 추론해 보자. 영문 해석이란 영어 문장의 의미와 내용을 한국어로 설명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예를 들어 보자. “To see is to believe." 이 문장은 주어(To see), 동사(is), 주격보어(to believe)로 이루어진 2형식의 문장이다. 각 단어의 의미를 살펴보면, 첫 번째 “to"는 부정사의 명사적 용법(∼하는 것), "see"는 “보다”, is는 “∼이다”, 두 번째 “to"도 부정사의 명사적 용법, 마지막으로 "believe"는 “믿다”를 가리키고 있다. 이를 종합해서 보면 “보는 것은 믿는 것이다.” 하지만, 아시는 바와 같이 이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저 유명한 속담 “백문이 불여일견”이 된다. 이 속담의 뜻은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이다. 그렇지만, 영어 원문에서는 “백 번”, “한 번”, “못 하다”에 해당되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이 두 문장이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이들이 가리키고 있는 상황을 자세히 보면, 같은 상황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해석을 요구했을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학생들이 그 문장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만약, 학생들에게 번역을 시킨다면 선생님은 학생들이 해당 영어 문장에 대해서 얼마나 상세한 정보를 알고 있는가를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영어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직역에 가까운 해석을 할 수 밖에 없으며, 학생들에게 이에 대한 이해도를 질문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한국인이 영어에 흥미를 갖지 못 하는 큰 이유가 될 수도 있다. 필자도 그랬지만, 우리는 영어 문장을 볼 때 항상 문장을 이루는 단어 뜻을 한국어로 생각하고 저 유명한 “문장 5형식”에 맞추어 수학 문제를 푸는 것처럼 영어를 말하거나 쓰려고 한다. 따라서 공부하면 할수록 어려워지고, 재미없어지며 결국 시험 공부가 아니라면 포기하게 되고 만다. 필자는 그 대안으로 “형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형상화”를 이용하여 어떻게 영어 공부를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것은 나중에 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해석”과 “번역”은 동일하지 않다. “해석”은 원문을 이루는 단어의 뜻과 이들의 상호 관계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작업을 뜻한다. 하지만, “번역”은 원문이 가리키는 상황을 정확히 머릿속에 떠올린 후, 그 상황을 “번역문”으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