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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정이나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번역, 특히 예술번역에서 번역사들은 도망가는 번역의 유혹을 받는다. 도망가는 번역이란 원문의 개념을 철저히 파고들지 않고 난해한 표현을 생략하거나 다른 표현을 사용하여 번역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미술 평론의 경우, 작품에 대한 작가의 직관이나 인상을 표현하는 글을 번역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혹자는 다음과 같이 물어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그것을 어떻게 번역하십니까?” 필자는 우선 원문의 대상이나 건축물이나 미술 작품을 찾는다. 일단 찾게 되면 원문의 저자가 작품을 어떻게 묘사했는가를 여러 각도로 분석을 한다. 예술 언어는 인간의 심오하고 깊은 정신세계의 추상적인 사고 체계를 나타내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대상이 되는 미술 작품과 원문을 대조하면서 면밀히 관찰∙분석하면, 어느 정도 머릿속에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그릴 수 있다. 예술 번역을 할 때마다 필자는 과연 사물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는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아무리 생소하고 어려운 예술 분야의 원문이 우리를 괴롭힐지라도 굳이 도망갈 필요는 없다. 깊은 고뇌와 사고 속에서 예술 작품이 어떻게 언어로 표현되는가를 성찰한다면, 그러한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다. “난해한 원문은 직접 몸을 부딪치면서 번역하라!” 이는 필자의 언어학적 지식이나 이론이 아니라, 그동안 번역사로서 겪었던 자신의 경험에서 여러분에게 드리는 조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