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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번역을 동경하여 번역사가 되고자 했던 많은 이들을 만나곤 한다. 이들은 한 편이라도 좋으니 영어 소설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면서 생활에 쫓기다 보니 이들의 꿈은 아득히 먼 곳에 있는 그리운 님처럼 멀어져만 간다고 했다. 어떤 번역사는 말한다. 비록 문서번역을 하지만 자신이 번역한 것은 모두 작품이라고. 자신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폐쇄된 공간에서 장시간 동안 홀로 원고와 씨름하면서 완성한 번역물은 당연히 자신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이들의 작품을 한낱 시중에 팔리는 제품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문학 이외의 번역은 단지 제품으로 보아야 하는가? 단지 예술적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무시해야 하는가?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전에도 예기했지만, 소설이 무엇인가? 우리 인간의 생활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 아닌가? 문서 번역에도 생활기록부, 자기 소개서, 계약서, 시방서, 신문 기사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부분이 들어 있지 않은가? 실제로 홈페이지를 번역할 때는 의외로 문학적인 표현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어떠한 경우에는 영어에는 없는 개념의 한국어를 접할 때는 소설 번역만큼 고뇌 속에서 생각과 생각을 거듭하지 않고서는 영어 번역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필자는 번역 지망생에게 종종 이야기한다. 소설 번역을 하기 전에 문석 번역을 통해 많은 수련을 쌓으라고. 더불어 주위 사람들에게도 문서 번역이라고 간단한 번역이라고 무시하지 말라고. 요즘 들어 번역회사에서 의뢰받은 원문을 보면 개념 없이 정돈 되지 않은 수많은 한국어 원문을 보게 된다. 정해진 짧은 기간 동안에 이러한 원문을 영어로 번역하기에는 그리 수월치 않다. 왜냐하면, 흐트러진 원문을 재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퍼즐 맞추기 놀이처럼 이들을 형상화하여 번역하지만, 상당히 많은 노고와 시간을 요한다. 요새는 많은 번역회사 운영자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번역시장은 마치 단가 전쟁이라고. 시간이 지날수록 저가로 견적을 내는 번역회사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제살 깎아먹는 저가 경쟁을 할 수 밖에 없고,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의뢰자들이 저가만을 찾는다고 한다. 번역계에서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문제가 있다. “번역사의 질이 나쁘니까 번역료가 올라가지 않는다.” “번역료가 낮으니까 번역의 질이 올라가지 않는다.” 누구의 편을 들기 이전에, 현재 한국의 번역료는 10년 전 가격이다. 심지어 생활필수품 중 하나인 라면 1개 값에 대해 생각하면 이러한 번역료의 제 자리 걸음은 번역사나 번역회사에게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동경했던 번역이 생계 수단이 될 때 지옥과 같은 작업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현재 번역 시장에서는 대박이라는 것은 없다. 큰 돈을 꿈꾸는 이에게는 번역을 말리고 싶다. 하지만 중소기업 월급을 기준으로, 나름대로 자신이 가지는 번역사의 능력과 성실성으로 조금씩 자신의 꿈을 펼치고자 한다면 번역이라는 작업도 그리 나쁘지는 않으리라 본다. “문학 번역을 꿈꾸는 분들이여! 문서번역을 하면서, 영어 단편이라도 블로그나 카페에 자신의 번역물을 게시하기를.” 저작권 시효가 지난 원문 소설에 대한 자신의 번역물을 게시하는 것은 합법적이다. 만일 당신의 번역물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면, 반드시 출판사는 당신을 찾게 될 것이다. “파랑새와 같이, 우리의 꿈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다. 단지 우리가 그 사실을 깨닫지 못 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