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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한국 사람은 놀라워요. 필자: 네? 외국인: 발음은 잘 못하는데 영어 독해 속도는 빠르고, 그 이해도도 놀랄 정도로 대단합니다. 필자: 왜 그럴까요? 외국인: 글쎄요... 세계적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영어 공부에 몰두하는 한국 사람임에도, 들이는 노력에 비하여 그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사실은 정말 수수께끼이다. 우리는 정말로 영어 공부에 적성이 없는 민족인가? 영어 때문에 많은 가족들이 생이별을 하고 있는 현 실정에서 이는 커다란 문제이다. 단지 영어 때문에, 부부가 이혼도 아닌데 별거 생활을 하다니... 내가 호주에 있을 때, 대학원 동료 중 한 호주 학생이 물어 보았다. “도대체 영어가 뭐길래, 왜 그렇게 많은 어머니들이 자녀를 데리고 이역만리 호주 땅까지 오나요? 우리 같으면 남편이 하루라도 외박하면 부인들이 가족을 소홀히 한다는 이유로 이혼까지 제기할 수 있는데. 정말 이해 못 하겠어요.” 그들로서는 그럴 것이다. 자기들은 영어가 모국어니까. 아무 문제없이 영어를 사용하니까. 나는 어머니들의 고충을 안다. 왜? 박사 논문을 제출하고 한동안 그들의 자녀들에게 영어 에세이 쓰기를 지도한 적이 있으니까. 그들의 처절한 심정과 아픔을 머릿속이 아닌 마음속으로 깊게 느끼기 때문이다. 정말로 그들에게는 자녀의 미래가 그들의 인생이며 모든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영어 실력(특히 말하기와 쓰기)이 사회생활에서 성공을 좌우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주위를 돌아보라. 한 집 걸러 영어 관련 학원이 있으며, 토익을 공부하는 학생은 왜 그렇게나 많은지. 영어 실력 평가의 기준은 토익? 다시 호주 이야기로 돌아가자. 필자는 호주에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간 것이니만큼 영어 독해는 물론 어느 정도 영어 문장을 쓰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물론 듣는 데도 그리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나 자신도 영어로 내 의사를 표현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왜? 눈으로 하는 영어를 했으니까. 영어를 입으로 하지 않았으니까. 30년 이상 한국 땅에 살면서 입으로는 한국말만 줄곧 했으니까, 언제 영어를 제대로 입으로 하는 연습을 한 적이 있겠는가? 우리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듣는(듣기만 하는) 영어이다. 발음은 하지 않고, 보통 이상의 속도로 발음하는 영어 뉴스를 들으면서 받아쓰는 연습. 이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 번 우리 자신이 어렸을 때 한국말을 어떻게 배웠는지 생각해 보자. 어머니: 엄-마- 해 봐! 엄-마-! 아기: 엄-마-! 아버지: 아-빠- 해 봐! 아-빠-! 아기: 아-빠-! 우리는 어렸을 때 단어를 하나씩 천천히 그리고 느리고 정확하게 익힌다. 그리고 수년에 걸쳐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재롱을 피우면서 말하는 연습을 한다. 그 후에도 몇 년이 흘러야 비로소 우리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왜 우리는 이러한 언어 습득 과정을 무시할까? 근본적인 노력은 하지 않고, 무조건 회화를 배우는 비법에만 열광을 하는가? 다행히 필자는 호주에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배우는 영어 발음법을 접할 기회를 가졌다. 몇 달간 이웃의 은퇴 교사로부터 하루에 30분간 발음법을 배웠다. 그 방법의 기본은 이러하다. “천천히 정확하게 영어를 발음하는 훈련을 하라. 숙달이 되면 자연스럽게 연음도 되며 자연스럽고 빠르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 거리에 나가 한국말을 배우는 미국 사람에게 물어 보자. 한국인: 한국 사람이 하는 한국말 어때요? 미국인: 정말 빨라서 알아들을 수 없어 미치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