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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수업 시간 중에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열심히 해라. 학생: 네. 선생님: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질문하세요? 학생: 뭘 질문할지 알아야 질문하지요.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로부터 공부 시간에는 무엇이든지 차근차근 잘 듣고 이해하라는 말을 듣고 자라왔다. 이 말은 달리 말하면 수업 내용을 비판 없이 수용하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수동적인 자세는 단기간 상당량의 지식을 머릿속에 넣는다는 면에서, 한국 교육 체제 내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다. 컴퓨터 검색으로 무엇이든지 찾아낼 수 있는 인터넷 시대에 이러한 수동적인 방법이 통할 수 있을까? 현대 사회는 정보를 암기하는 것보다 수많은 정보 중에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이 우선시된다. 여기에는 암기력보다 논리적인 사고력, 분석 능력, 연상 능력 등이 필요하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러한 능력에 토대를 이루는 것이 합리적인 비판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교사의 설명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논리적인 취약점을 찾아내어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한정된 수업 시간과 많은 수업량으로 인해 실제로는 내가 교사가 되어도 실현 불가능하리라 본다. 이제까지의 설명은 여러분이 흔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점이 해외 조기 유학생들에게는 고통의 씨앗이 된다. 호주로 조기 유학을 간 어린 한국 학생은 첫날부터 고통이 시작된다. 필자: 학교 선생님이 주신 과제 안내지 가지고 왔지? 학생: 네 여기 있습니다. 필자: 영어 소설 감상 에세이가 숙제구나. 책은 정했니? 학생: 아니요. 뭘 해야 될지 고민이에요. 필자: 왜 선생님한테 물어 보지 않았니? 학생: 아무 설명도 안 해 주시고, 단지 안내지만 주셔서요... 이 대화는 필자가 호주에 조기 유학을 온 학생에게 에세이를 가르칠 때 있었던 일이다. 이 대화의 요지는 대체로 이렇다. 한국에서는 교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한 설명을 한 후 과제를 내 주는데, 호주는 그렇지 않아, 학생이 당황했다는 이야기다. 열심히 들어도 아무 설명이 없어 모르겠다는 말이다. 호주를 비롯한 영어권국가는 한국과 달리 자율적인 학습과 학생들의 자율권을 중시한다. 따라서 교사가 일방적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학생들의 질문을 기다린다. 비단 이 이야기는 조기 유학생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무비판적으로 교수의 권위 아래 연구해 온 한국의 대학원생에게도 해당되는 경우이다. 좋은 질문을 하고 싶으면, 상대방이 설명할 때 주의 깊게 듣되, 그 설명 속에서 논리적인 약점과 강점을 찾아내라. |